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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문화유산 답사기]올 여름 비 혹시 주전자부리바위?
  • 등록일2007-09-05
  • 작성자북부청 / 홍현정
  • 조회5753
화천군 하남면 삼화리 용화산



춘천국유림관리소 현지윤



  화천의 명산 용화산(龍華山)은 미래불(未來佛) 미륵이 용화수(龍華樹)아래에서 성불한다는 불교교리에서 이름 지어졌으며 미륵신앙의 성지로 신라시대에는 화산(華山)으로 불렸다. 옛 맥국(貊國)의 성터를 비롯해 호법장승과 석불입상 등 옛 대가람의 유적이 있으며 산행을 하다보면 아찔한 암벽과 여러 기암들, 그리고 암에 뿌리내린 소나무들로 산의 거친 매력이 느껴졌다. 효자 심마니가 큰 산삼을 캤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심바위, 군화를 담그면 장군이 된다는 장수 발자욱바위, 도둑바위, 칼바위 등 기암도 무수하다.
  이 무수한 바위 들 중 유독 여름이면 인기가 높은 바위가 있었으니, 바로 ‘주전자부리’바위이다. 여름에 인기가 많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큰 그늘을 만들어 주는 시원한 바위가 아닐까 기대를 했었는데, 와서 보니 그늘은커녕 절벽 끝에서 땡볕만 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 모양이 주전자 부리처럼 생겨 금방이라도 큰 주전자에서 물이 콸콸콸 소리를 내며 쏟아질 것만 같았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한여름 오랜 가뭄으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게 되면 마을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개적심’이라는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개적심이란 말 그대로 해석하면 ‘개로 적신다’는 것으로, 개를 잡아, 주전자부리 위에 올라 바위에 그 피를 뿌려 놓는 의식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하면 하늘이 그 피를 씻기 위해서 비를 내려줄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실제로도 날이 많이 가물 때는 외지에서도 몰래 와 개적심을 하여 아주 더럽게 해 놓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니, 그냥 전해져 오는 전설은 아닌 듯하다.
  화천민속지에 의하면 6.25가 발발할 당시까지도 개적심이 이뤄졌다는 기록도 있다. 개의 피를 바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조금 섬뜩하기도 했지만, 예부터 신성한 기우제였다고 하니, 주전자부리바위가 달리 보였다.
  이제 여름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올 여름은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니, 개적심 같은 기우제 없이도, 주전자부리가 넘쳐 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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