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만나러 가는 길
"와~! 도착이다!"
푸름이는 부모님과 함께 소풍을 왔어요.
그곳은 맑은 가을 하늘과 키 큰 나무들이 서로 인사하며
한편의 그림을 그려내는 아름다운 숲이었어요.
부모님은 푸름이에게 할머니를 보러왔다고 했지만 푸름이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어디를 둘러봐도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엄마, 할머니는 어디 계셔요?"
"응, 할머니는 저기 뒷나무에서 쉬고 계셔, 밥 먹고 조금 이따 뵈러 가자꾸나."
푸름이는 오랜만에 할머니를 볼 생각에 신이 났어요.
밥을 다 먹었는데도 부모님께서는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푸름이는 답답했어요.
"도대체 엄마 아빠는 언제 할머니를 보러 갈거지? 할머니 보고 싶은데!"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어요.
옛날부터 할머니께서 할머니 집에 놀러 온 푸름이를 놀라게 하려고 근처에 자주 숲어 있곤 했어요.
"엄마, 아빠도 나를 놀라게 하려고 할머니랑 같이 비밀로 하는구나!"
푸름이는 반대로 할머니를 놀라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 몰래 살금살금 숲으로 향했어요.
5분.. 10분.. 15분.. 시간은 점점 흘러갔지만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어요.
신나게 할머니를 찾아 뛰어다니던 푸름이의 발걸음도 점차 지쳐갔죠.
타닥.. 터벅.. 터덜.. 결국 지친 푸름이는 자리에 멈춰 섰어요.
"아이 참! 할머니는 대체 어디 숨으신 거지? 못 찾겠다. 꾀꼬리!"
그 순간, 푸름이의 발에 무언가가 밟혔어요. 작고 귀여운 도토리였어요.
도토리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줄을 지어 있었어요.
도토리가 하나.. 둘.. 푸름이는 도토리를 따라 걸어갔어요.
마침내 마지막 도토리가 놓여 있던 곳에는 한 그루의 나무가 눈에 띄었어요.
키 크고 우거진 수많은 소나무들 사이 곧고 노랗게 물들은 굴참나무였어요.
할머니를 찾느라 지친 푸름이는 나무의 곧은 기둥이 마치 자기에게 쉬었다 가라 위로하는 것 같았어요.
푸름이는 굴참나무에 등을 기대어 앉아 쉬다 스르륵 잠이 들었어요.
그때였어요.
"푸름아.. 푸름아 아이구 이쁜 내 새끼."
꿈속에서 푸름이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어요.
그러자 푸름이의 옆에는 푸름이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할머니! 어디 숨어 있던 거야! 한참 찾았잖아!"
할머니가 너무 반가웠던 푸름이는 한달음에 달려가 품에 안겼어요.
할머니는 푸름이를 품에 꼬옥 안아주며 말했어요.
"할미는 이제 푸름이를 보러 갈 수 없어. 할미는 이제 여기를 지킬 거란다."
푸름이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왜? 할머니 우리 집에서 또 숨바꼭질도 하고 재밌는 얘기도 들려줘야지! 푸름이가 싫어진거야?"
푸름이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말했어요.
"이 할미가 푸름이만 품기에는 사랑이 너무 커서 자연으로 돌아가 숲 속 친구들에게도 사랑을 나눠줄거야.
푸름이가 잠들었던 나무가 할미의 새로운 보금자리란다."
할머니는 가장 깨끗하고 상처없는 도토리 하나를 주워 푸름이에게 꼬옥 쥐여 주었어요.
"이 도토리가 항상 푸름이를 지켜줄 것이야. 이걸 할미라고 생각하고 지니고 있으렴."
푸름이는 할머니가 쥐어준 도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어요.
"푸름아~푸름아 어디 있어!"
이 때, 푸름이는 누군가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푸름아!" 소리와 함께 도토리를 보고 있던 고개를 들자 잠에서 깨어버렸어요.
푸름이의 앞에는 할머니 대신 푸름이의 부모님이 계셨어요.
부모님은 걱정하는 표정으로 푸름이를 깨우고 있었어요.
"말도 없이 가면 어떡하니!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푸름이는 손에 들고 있던 도토리를 엄마에게 보여주며 말했어요.
"엄마, 나 할머니 찾았어요. 할머니가 이것도 주셨어! 그리고 할머니는 숨은게 아니라 날 지켜주고 숲 속 친구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려고 여기 계신대요"
엄마는 도토리를 쥐고 있는 푸름이의 손을 꼬옥 잡았어요. 그리고 나무를 향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그래, 할머니는 우리 곁을 떠나신게 아니라 푸름이와 숲 속 친구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새로운 생명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이곳에 지내며 돌봐주시는 거란다."
엄마의 말을 들은 푸름이는 나무를 안으며 말했어요.
"할머니, 고맙습니다."
그 순간, 마치 푸름이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 듯 바람이 불어오며 상쾌한 가을바람이 불었어요.
바람에 굴참나무의 잎 하나가 푸름이의 머리 위로 떨어졌어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푸름이는 쑥쑥 자라 어른이 되었어요.
나무도 무럭무럭 자라 노르스름한 빛의 잎을 한 아름 가지고 있었어요.
어른이 된 푸름이는 나무를 한 아름에 다 안을 만큼 성장했어요.
푸름이는 자신과 똑 닮은 예쁜 딸을 데려와 나무에 같이 손을 얹고 말했어요.
"엄마의 할머니는 이 나무를 집으로 삼아 자연으로 돌아가셨단다. 우리가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켜주실거야."
푸름이의 말에 할머니는 또다시 대답했어요. 따뜻하고 보드라운 바람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