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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원의 산림문화유산을 잘 기록하고 보존해야
  • 등록일2007-09-01
  • 작성자북부청 / 홍현정
  • 조회5617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고 한 독일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우리는 우울하거나 휴식을 원할 경우 산을 찾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 산림으로부터 목재를 구해 집을 지었고, 땔감과 먹거리를 얻어 왔으며, 옷을 지을 섬유를 조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산은 인류문화의 원천이며 정신문화의 산실이기도 하다.



  특히 국토의 64%가 산림인 우리 민족은 시조인 단군께서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나라를 세울 때 신단수 밑을 택하기도 하였으며 마을마다 마을을 지켜주는 나무도 있다.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산림과 연관된 자산은 모두 산림문화유산이며 크게 유형산림문화유산과 무형산림문화유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형산림문화유산은 나무ㆍ숲ㆍ자연물ㆍ역사성분야 등이다. 예를 들면 횡성군 두원리 수리공원에 있는 느릅나무는 아들의 생명을 대신한 나무이며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의 형제나무는 형제의 우애와 같이 두 나무가 똑같이 마주보고 있어 그 앞을 지나면 우애가 좋아진다고 한다. 나무뿐만이 아니라 숲에 대해서도 신령스러운 매개체로 생각하였던 흔적을 원주시에 있는 신림(神林)이나 성황림(城隍林)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 왕족의 관을 만들기 위한 몸통 속 부분이 누런색을 띤 소나무를 황장목이라 하였는데, 이 황장목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일반인에 의한 도벌과 남벌을 방지하기 위하여 황장봉산을 지정하고 황장금표를 만들었다. 황장봉산이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의 32읍과 60여 곳 지정되었다지만 황장금표는 원주 치악산 구룡사 입구, 인제 북면 한계리 설악산 기슭 등 전국에 9개만이 발견되었다.



  무형산림문화유산은 기록유산ㆍ구전유산ㆍ정신유산이다. 구전유산은 전설 등 비공식적인 내용이나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 등이며, 기록 유산은 역사ㆍ문학서 등에 공식기록이 있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군과 가평군 경계에 아름다운 청춘남녀의 사랑이 녹아 살아 숨쉬고 있는 “농다치고개”가 있다. 아씨를 짝사랑하며 숱한 밤을 가슴앓이 해오던 어린 머슴, 돌쇠가 아씨가 시집가는 농을 지고 고개를 넘을 때 지고 가던 오동나무 농을 도로가 비좁다는 이유로 바위 벽에 쿵쿵 부딪치자 “애야 농 다친다! 농 다친다! ”하고 주의를 준 것이 “농다치고개”라는 향토명이 되어 오늘날까지 구전되고 있다고 한다.



  또 중국의 천도복숭아나무, 인도의 벵골보리수, 이집트의 무화과나무, 그리스와 로마를 위시한 고대 유럽인들에게는 참나무, 고대 앗시리아나 바빌로니아 사람들에게는 야자수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있다. 그 중에서 정이품송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모두가 아는 소나무다.



  이처럼 산림문화유산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산림문화유산이 잊혀지고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 앞으로 산림문화유산은 숲속에서 잊혀져 가는 문화유산이 아닌 강원도의 문화유산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그 명성만으로도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기 마련이다. 산림문화유산을 지정ㆍ관리함으로써 산림에 대한 가치와 인식이 높아지고 관광자원으로서의 상품가치도 같이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현식 북부지방산림청장 < 9월 1일 강원도민일보 2면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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