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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문화유산 답사기]60여 년간 화내고 있는 소나무!
  • 등록일2007-08-22
  • 작성자북부청 / 홍현정
  • 조회5585
    60여 년간 화내고 있는 소나무!


인제국유림관리소 김병철
 
  우리 민족에게 소나무만큼 친근한 나무가 또 있을까?
  보릿고개에는 속껍질로 허기를 달래고, 부스럼이 나면 송진으로 살균을 할 수 있었던 나무. "정 떨어져 헤어진 남녀를 꿰매는 것 말고 솔뿌리 끈으로 못 꿰매는 것은 없다"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생활에 밀접하게 사용하던 나무.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모습에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까지 승화된 나무. 소나무.
  이처럼 우리네 삶과 더불어 살아온 소나무가 반세기가 넘도록 아픔에 겨워 찌푸리고 있는 모습이 한계령을 넘기 전 목이라도 축이려고 들른 필례약수 근처에 있다하여 애써 발길을 옮겨본다.
  무서운 가면을 쓰고 화난 듯 노려보는 듯한 이 기괴한 모양의 V자 상흔이 바로 일제가 톱이나 칼로 나무의 밑둥 부분을 완전히 벗겨내고 송진을 채취하여 비행기 연료 등으로 충당하기 위해 자행한 수탈의 흔적이란다. 더 많은 시장과 자원을 얻기 위한 동남아 침공 전쟁준비에 혈안이었던 일본은 1941년 미국에 의해 석유수출 금지조치가 내려지게 되자 진주만 공습을 일으키게 되고, 턱없이 부족한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촌로(村老)에서 어린아이들까지 송진채취와 관솔 따기에 동원하여 송유를 확보하였다 하니 창씨개명, 강제징용, 문화침탈에 이어 송진까지 참 지독히도 철저하게 수탈을 했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곳 뿐 아니라 제천 박달재정상, 밀양 표충사입구, 청도 운문사 경내, 안면도 소나무 숲 등 우리나라 유명한 솔밭은 거의 모두가 이런 아픔의 역사에 흐느끼고 있으니 이쯤 되면 국권을 잃은 슬픔을 넘어 치욕의 역사에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언제까지 치욕의 역사에 울분만을 토로해야 하는지......
  세월은 반세기가 넘게 흘러 해방이 된지 이미 6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우리민족이 겪은 아픔은 송진채취 흔적처럼 아물래야 아물 수 없는 깊은 상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글로벌시대’라는 현란한 문구 앞에 지나간 치욕의 역사 앞에 너무나 관대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고통으로 찡그린 채 아물지 못한 상처로 인하여 밑 둥이 썩어가는 소나무들은 그 치욕의 역사를 어떻게 현명하고 올바르게 청산하는지, 그 아픔의 과거를 혹여 왜곡하고 미화하려는 자들은 없는지 역사의 산증인으로 남아 아직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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